이 포스트를 쓰는 지금, 에바 케시디의 '테네시 월츠'를 듣고 있습니다. 북구의 현대 음악 연주에 대해 쓰려는 순간 이 음악을 들으니 매우 묘하네요.

지난 21일 예당에서 열린 러시아 명곡 시리즈 연주회는 '러시아'라고 대충 뭉뚱그린 제목이 참으로 무색한 연주회였습니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미코 프랑크에, 핀란드 현대 작곡가 라우타바라의 곡이 첫 곡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지요.

1928년에 태어난 작곡가 라우타바라는 고국인 핀란드의 새소리들을 녹음하여  '새들과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이란 부제가 붙은 '칸투스 아르크티쿠스(북극의 노래)'에 넣었지요. 1악장부터 3악장까지 온갖 새소리가 악기 소리와 함께 흘렀는데 크게 겉도는 느낌 없이 잘 녹아든 음악이었습니다. 들으면서는 "새들이 이 음악을 들으면 좋아할까?" 또는 "새소리 녹음없이 새들에게 들려주면 비슷하게 소리내어 울까?" 등의 생각을 했었죠. 듣고 나서는 친구와 "그럼 이 새소리 음반이 수만 장이 있겠네? 그래야 오케스트라가 연습을 할 것 아니야?", "항상 같은 연주가 나올 수 있을까?(새소리에 맞춰)" 등의 질문을 주고 받았죠. 오케스트라보다는 새에 관심을 기울였으니 작곡가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휘자 미코 프랑크(29)도 핀란드 출신으로 다니엘 하딩, 구스타브 두다멜 등과 함께 떠오르는 젊은 지휘자 그룹에 속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성격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이 분은 어릴 적 수술 후유증으로 앉아서 지휘하는 것으로 먼저 소개되기도 하죠. 예전에 다니던 미용실의 헤어디자이너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의자에 앉아 한 시간가량 머리카락을 잘라주곤 했는데 그 때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처음엔 앉아서 머리를 다듬어 주는게 이상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처럼 지휘자와 의자라는 조합도 그랬지요.

두 번째 곡부터는 피아노가 등장합니다.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목관악기를 위한 협주곡'. 3악장까지 듣고 나니 피아노가 마치 타악기처럼 다루어진다는 곡 해설이 와닿았습니다. 다소 거구의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토라제가 멋지게 힘조절을 하며 소화해내었죠. 현악이 없는 협주곡의 느낌도 신선했습니다.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것 같은 토라제는 고개를 홱 돌려 지휘자를 바라보거나,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 미코 프랑크의 어깨를 꼭 안아 인사하고 또 손을 잡고 흔들며 같이 걸어나가는 모습들이 무척 귀여(?)웠습니다. 두 분이 부자지간 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또 드루피라는 귀여운 캐릭터를 닯았다는 말도 있었고요.^^*

이제 현들도 다시 등장, 제가 이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가 연주됩니다. 정말 좋은 것에는 이유가 없듯이, 이 날 마음에 들어왔던 이 곡의 연주는 그냥 다 좋았답니다.
서울시향의 악장 데니스 김이 토라제와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듯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협연을 풀어갔던 것도, 유난히 눈에 띄였던 콘트라베이스 주자들의 움직임과 악기의 울림도, 무엇보다도 마음을 감싸안듯한 곡 자체도 모두 좋았어요.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이 끝나고 몇 번의 커튼콜, 그리고 앵콜곡으로 스카를라티의 피아노 소나타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들었던 에바 케시디의 테네시 월츠도, 스트라빈스키의 카프리치오소도 사람의 귀를 통해 마음에 남아 기분 좋은 잔향을 남기는 것은 같습니다. 곧 맞게 될 4월에는 진한 꽃향기, 음악 그리고 제 곁에 따뜻한 사람이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내가 사랑한 고전음악]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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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曹魔王 2008/04/08 22:15 Address Modify/Delete Reply

    틈틈히 글을 남기시네요..전 아직 맘에 여유가 없는지 포스팅 엄두가 안나네요

  2. 2008/04/24 02:3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 입니다